양자 터널링 – 세포 활동과 생명의 지속성

서론

우리의 몸은 수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서는 매 순간 수십억 번의 화학 반응이 일어나며 생명이 유지된다. 그런데 이 반응들이 단순한 화학 법칙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있다. 바로 양자 터널링(quantum tunneling) 현상 때문이다. 양자 터널링은 입자가 에너지 장벽을 ‘뚫고’ 지나가는 현상으로, 고전 물리학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현상은 반도체와 핵융합처럼 거대한 우주의 에너지부터, 세포 속 효소 반응과 DNA 복제 같은 미시 세계까지 관여한다. 다시 말해, 생명은 단지 화학적 반응의 결과가 아니라, 양자 수준의 움직임으로 유지되는 정교한 리듬이다.

 

본론

양자 터널링이란 입자가 충분한 에너지가 없어도 얇은 장벽을 통과하는 현상이다. 전자가 에너지 장벽을 넘어 반대편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과거 물리학자들은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고 믿었지만, 실험은 달랐다. 입자들은 확률의 파동으로 존재하며, 일정 확률로 벽을 통과한다. 이 현상은 태양의 핵융합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태양 내부의 수소 원자가 극한의 압력 속에서도 끊임없이 결합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터널링 덕분이다. 만약 이 현상이 없었다면, 태양은 지금처럼 빛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양자 터널링인 셈이다.

 

놀라운 점은 이 원리가 생명체 내부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인간 세포 속의 효소 반응은 특정 분자가 활성화 에너지를 넘지 못해 멈춰야 하지만, 실제로는 반응이 일어난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양자 터널링으로 설명한다. 2017년 옥스퍼드대 생화학 연구소의 실험에 따르면, 효소 내 수소 원자가 전자 구름을 따라 ‘터널링’하며 화학 반응을 빠르게 유도한다는 사실이 관찰됐다. 즉, 생명 활동은 단순히 물질의 결합이 아니라 입자들이 확률적으로 벽을 통과하며 이어지는 흐름이다. 생명이란 거대한 확률적 연쇄반응, 다시 말해 끊임없이 ‘터널을 통과하는 과정’인 셈이다.

 

이 개념은 생명의 본질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인간의 세포는 하루에도 수백만 번 복제되고 교체된다. DNA 복제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를 복구하는 효소의 움직임 역시 양자 터널링의 확률 계산에 의존한다. 만약 그 확률이 완전히 0이었다면, 세포는 쉽게 멈춰버렸을 것이다. 즉, 생명이란 완벽한 에너지가 아니라, 불완전함 속에서도 지속되게 하는 ‘통과의 법칙’ 위에 서 있다. 터널링은 단순한 물리 현상이 아니라, 생명이 스스로를 유지하도록 허락된 작은 예외의 통로다.

 

철학적으로 보면, 양자 터널링은 인간 존재의 은유로도 읽힌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벽’을 만난다. 불안, 질병, 상실, 한계 같은 장벽들이다. 하지만 생명은 포기하지 않는다. 세포 하나하나가 미세한 확률의 문을 통과하듯, 인간도 끊임없이 터널을 뚫고 나아간다. 과학이 말하는 터널링은 단지 입자의 현상이 아니라, 삶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에 대한 우주의 비유이기도 하다. 그 안에는 ‘멈춤이 아닌 흐름’, ‘절망이 아닌 통과’라는 생명의 의지가 담겨 있다.

결론

양자 터널링은 생명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전자가 장벽을 통과하듯, 세포는 에너지의 한계를 넘어 반응을 이어간다. 태양이 빛을 내고, 인간이 숨을 쉬며, 세포가 다시 태어나는 그 모든 순간의 뒤에는 이 미세한 확률의 통로가 있다. 생명은 완벽한 에너지의 존재가 아니라, 불완전함을 넘어서는 ‘지속의 구조’다. 그러므로 양자 터널링은 과학의 언어로 표현된 생명의 끈질긴 의지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곧 우주의 원리가 우리 안에서 계속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생명은 장벽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다음 공간으로 터널을 통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