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현대 사회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새로운 윤리 규범을 요구받고 있지만, 인간이 기술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사실 고대부터 존재했다. 흥미로운 점은 고대 율법이 사람·권력·기술의 균형을 위해 만든 규칙들이 현대 AI 윤리 원칙과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이다. 기술은 변했지만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았고, 그 본성을 관리하기 위한 윤리적 장치는 시대를 넘어 반복된다. 이 글은 고대 율법과 현대 AI 윤리가 어디에서 맞닿고, 왜 미래 기술 시대에도 여전히 의미를 가지는지 탐구한다.

본론
고대 율법의 가장 중요한 구조는 ‘힘을 가진 존재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리다. 구약의 율법은 단순한 종교 규범이 아니라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 체계였고, 당시 가장 큰 힘은 왕·제사장·지주·전사에게 있었다. 율법은 그 힘이 약자를 해치지 않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추수할 때 밭 가장자리를 남겨두는 규례, 빚을 탕감하는 희년 제도, 객과 고아와 과부를 보호하는 장치 등이 모두 그 구조다. 현대 AI 윤리에서도 가장 먼저 다루는 것은 ‘강력한 기술적 힘이 약자를 침해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편향을 줄이는 원칙,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법, 기술이 특정 집단을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규율 등은 고대 율법의 약자 보호 원리와 정확히 겹친다. 시간만 달라졌을 뿐 윤리의 목적은 동일하다.
두 번째 공통점은 고대 율법과 AI 윤리가 모두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체계라는 점이다. 고대 사회에서 농업·전쟁·자연재해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었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집단적 기준이 필요했다. 부정한 측량 도구를 금지하는 규례,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는 규칙, 우발적 사고에 대한 배상 구조 등은 위험을 예측하고 완충하는 방식이었다. 현대 AI 시대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딥러닝은 스스로 판단하며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만들 수 있고, 자율주행 시스템은 판단 오류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AI 윤리 체계는 ‘위험을 미리 차단하는 규범’을 핵심으로 삼는다. 고대 율법이 위험을 통제하는 사회적 기술이었다면, AI 윤리는 디지털 시대의 위험을 통제하는 현대적 기술이다.
고대 율법의 또 다른 특징은 ‘인간의 탐욕을 제한하기 위한 구조’라는 점이다. 인간은 이익을 추구할 때 불균형과 불의를 쉽게 만든다. 율법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제 활동에 제한을 두었다. 높은 이자를 금지하는 규정, 토지 소유 권한을 일정 주기마다 재조정하는 희년 제도, 노예 해방 규칙 등이 그 예다. 현대 AI 윤리에서도 ‘기술을 이용해 지나친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칙이 등장한다. 플랫폼 기업이 AI를 활용해 시장을 독점하거나, 알고리즘이 불투명하게 작동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동일한 문제 구조다. 고대 율법과 AI 윤리는 인간의 탐욕이 기술과 결합할 때 생기는 부작용을 완화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연결된다.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설명 책임’이다. 고대 율법은 모든 판결과 행동에 이유를 요구했다. 재판장은 판결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했고, 제사장은 어떤 절차를 왜 수행하는지 설명해야 했다. 율법의 핵심은 투명성이었다. 현대 AI 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바로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다. 알고리즘이 어떻게 판단했는지, 어떤 절차로 결과를 도출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만 사회가 기술을 신뢰할 수 있다. 고대 율법이 사람의 행동을 이해 가능한 틀로 제한했다면, 현대 AI 윤리는 기술의 행동을 이해 가능한 틀로 제한한다. 설명 책임은 시대를 초월한 윤리의 기본 축이다.
그리고 중요한 유사점이 하나 더 있다. 고대 율법과 AI 윤리는 모두 ‘경계 설정’을 가장 중요한 규범으로 삼는다. 고대 율법은 거룩한 것과 속된 것, 정한 것과 부정한 것, 허용된 행위와 금지된 행위를 명확히 구분했다. 이는 단순한 종교 규칙이 아니라 공동체의 혼란을 막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었다. 현대 AI 윤리에서도 허용 가능한 기술 사용 범위와 금지된 범위를 구분하는 것은 필수 조건이다. 자율무기 개발 금지, 감시 알고리즘 제한, 의료 진단 AI의 판단 기준 설정 등이 대표적이다. 인간 사회가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경계의 구조는 시대를 넘어 동일하다.
마지막으로, 고대 율법과 AI 윤리는 모두 ‘인간 중심성’을 강조한다. 고대 율법은 모든 규범을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안정 위에 세웠다. 기술이 인간을 대신해서 판단하기 시작한 현대 사회에서도 AI 윤리의 가장 핵심 원칙은 “기술이 인간의 가치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본질적 가치와 자유와 존엄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인식은 고대 율법과 현대 윤리 모두의 중심이다. 결국 윤리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구조라는 사실이 시대를 넘어 유지된다.
결론
고대 율법과 현대 AI 윤리는 서로 다른 시대와 기술을 다루지만, 그 내부 구조는 remarkably 유사하다. 둘 다 힘의 불균형을 조절하고,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완화하며, 인간의 탐욕을 제한하고, 설명 책임과 경계를 설정하며, 인간 중심의 가치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 사회의 문제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 구조를 다루는 방식만 바뀔 뿐이다. 고대 율법이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장치였다면, 현대 AI 윤리는 기술 시대의 공동체를 지키는 장치다. 결국 윤리란 시대와 기술을 넘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틀이며, 고대에서 현대까지 이어지는 지적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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